설화(雪花)
바람의 나라에서 꽃이 되질 못해 여기까지 왔는가
계곡은 침묵하고 있지만 어떠한 음모도 없다
벌거벗은 채로 적나라하게 드러낸 치부,
진실처럼 순백으로 눈부시고
계곡의 끝에 쌓인 숨은 사연들,
무릎까지 차오르며 발목을 붙잡지만,
천지에 가득한 하얀 축복으로
이별의 끝처럼 관대하다
또 하나의 역사가 되어
잊지못할 이름,
설화(雪花)
※ 강원도 평창의 겨울, 며칠 전에 내린 눈들이 무릎까지의 깊이로 쌓여 있다. 산과 나무들로 빼곡한 계곡에는 바람들이 추억의 사연들을 감추고 있고, 언덕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세상은 온통 하얀 눈꽃으로 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