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1일 일요일

[습작] 아버지가 없는 바다



아버지가 없는 바다



그 바다에 당신이 없으면 바람이 그리울 것입니다

언제나 그 자리 우뚝 솟은 평바위 끝에서
당신의 키보다 더 긴 낚싯대를 드리우시고 먼 수평선너머로
깊은 한숨으로 토해내시던 그 바람이 그리울 것입니다

파도의 마음을 헤아리시려 새벽같이 서둘러 머언 해변으로
부딪히는 바람의 꼬리를 조바심으로 뒤따르시던 안타까움에 절여 소금기나는 그 바람이 몹시도 그리울 것입니다

그 바다에 당신이 없으면 손길이 그리울 것입니다

고기가 낚시바늘을 놀리는지 미끼가 고기떼들을 희롱하는지 아니면
시샘하는 파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가 뒤엉켜 한바탕 춤판을 벌이는지 상관도 없이 술잔에 머물던 그 손길이 그리울 것입니다

햇살이 눈부시게 부서지는 날이면 더욱 또렷한 깊은 주름살,
부표에 걸린 낚싯줄이 흔들리는대로 흘려보내시며 욕심을 끊어내시던
그 무심한 손길이 몹시도 그리울 것입니다

당신이 없으면 그 바다에는
아마 그 바람도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