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4일 일요일

[습작] 고무대야 속의 잉어




 고무대야 속의 잉어




그 위풍당당하고 장엄한
모습은 어디로 가고

초췌한 얼굴과 휑한 눈빛만
덜렁 

불법 체포,불법 감금에
무언(無言)으로 항의하는 듯

오로지 묵비권(黙秘權)하나로
침묵(沈黙)하고 있구나

아무리 오랜 세월 큰 덕(德을) 쌓았어도
한순간 

뭇사람들의 몸보신 탕(湯)으로
운명지워진 너,

그 좁은 감방에서
올려다 보는 하늘

너의 눈길 끝나는 곳에 머문
어색한 얼굴하나

초연히 외면하는
나의 배신

또 하나의 이별(離別)




※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의 골목시장 입구, 시골에서 새벽차로 고무대야 속에 잉어를 담아 팔러 나온 할머니가 있었다. 그 속에는 언제나 비좁은 공간이 버거운 듯, 덩치 큰 잉어 몇 마리가 몸을 비틀며 반쯤 누운 채로 흰자위 번득이며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