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歸家)
집으로 가는 보도(步道),
겨울은 밤이 늘 서둘러
조급하게 밀어내는 움츠린 가슴
지하철로 가는 에스컬레이트,
내려가는 승차에, 올라오는 승객,
엇갈리지만 그나마의 동행(同行)
한가한 주유소 앞,
길 떠날 채비를 하는 사람들,
기름통 가득, 양식을 채우고 급히 출발
내려진 셔터 속의 세탁소,
며칠 전에 맡긴 바지 한 벌은 무사한지
나대신 나를 준비해주는 댓가치고는 무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손끝하나만으로도 자지러져
흔쾌히 나를 받아들이지, 참 쉬운 상대
불꺼진 채 잠겨진 방,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
세갈래의 바람(三風)이 위태롭게 머무는 곳
어제의 희미한 온기로
내일을 꿈꾸지
돌아올 곳 있다는 것은
또 한번의 다행(다幸)
무사 귀가(歸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