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파도
나를 내 안에 가둔 하루는 아직도 낯설어,
행여 잊혀진 추억하나 날아올까 창문을 열지
콧속으로 익숙한 갯내음 반가워도,
축복처럼 달려가지 못하는 것은
가둔 시간 속에서 기억하고 있는
유일한 흔적인 낯선 체온의 방,
이미 식어버린 침대시트
나를 위해서 몸부림치던 가습기,
나를 위해서 여전히 비려지고 있지만
더 이상은 내 등을 누일 수 없어
선 채로 틈새의 먼 하늘을 바라보니
때늦은 철새 한 마리,
얼어버린 두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어
나의 응시는 다시 한번
붉은 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