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月)
텅 빈 운동장 한켠에 잠든 고양이,
내 눈길에 놀라 눈뜬 새벽
바람이 어둠을 몰아 쉬고 있고
침묵의 아파트 숲,
젖은 안개는 겨울을 막 벗은 맨 몸 그대로
용의선상의 달빛을 쫒고 있다
놀란 고양이 본능처럼 깃털을 세우더니
베란다 창살에 걸린 달빛을 쫒아
비상(飛上)한다
그렇게 또 하나의 새벽이 되고,
울타리에 갇힌 꿈은 아직도
어제의 밤을 방황한다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미련때문인지
언제나처럼 뒤늦은 추적(追跡)에
늘어진 그림자만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