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던가
횡단보도 위의 붉은 신호등이 마음을 재촉하고
늘 질주하는 시간처럼 앞만 보고 내달리면서
어지러운 교차로 위에 선 일방통행 중인 사람들,
마지막 배웅의 등짝처럼 단호한 이별들을 하면서
지나간 봄처럼 다시 올 겨울 속으로 서두르는데
집으로 가지 않는 방향의 전철역의 입구에는
집으로 가는 열차의 꽁무니를 쫒아 흔들리는 눈빛들,
집에서 멀어지는 선로 위로 주저없이 떨어지고 마는데
긴 겨울처럼 강인하지 못하고 짧은 봄처럼 나약한 너는
누구던가